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6) “나는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하다” [구타유발자들]


- 안전하고 확실해야 한다. 배우 이문식씨에게 -


설마 배우가 부끄러움을 탈까 싶었습니다. 암 저건 설정일 거야.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소년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당신은 6유형입니다.


자, 이문식씨 당신은 한때 완전히 조화롭고 평화로웠던 세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이 가진 세계를 믿지 않고 법과 권위의 구조를 통해 그것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나는 확인할 것이다”, “증명하겠다”, “주장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당신은 가장 보편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를 다닐 때는 대리급이상의 남자들은 다 6유형뿐이라고 느껴졌으니까요.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하지요. 하지만 자신이 6유형이라고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유형이 다른 유형들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럼 장점부터 말해볼까요? 6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협동적이며 조화를 이루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또한 대단히 독창적이며 재치가 있으며 익살스러운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문식씨 본인이 코미디 장르에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네요. 당신은 때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며 몸과 영혼을 바칩니다. 좀 부족한 영화지만 <플라이 대디>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딸을 위해서 파이터 훈련을 받는 아빠의 모습속에 잘 드러나 있더군요. 


반대로 이 유형의 사람들은 쉽게 자기 불신에 빠집니다. 그래서 겁 많고 의심이 많아 보이며, 끊임없이 위험을 느낍니다. 태어나서 처음 몇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걱정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면 ‘세상은 위험하므로 경계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내적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외부의 어느 곳에서 안전을 구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발전시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화속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약한 6유형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황산벌>에서 전쟁에서 패했을 때 멋지게 죽자는 대사를 하면서도 겁먹은 표정을 짓는 백제병사1(거시기)나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에게 취조 당하며 짜져있는 안수가 되어 몸소 용감하고 싶은 약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때론 불안에 빠진 당신들은 분열적 상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권위를 숭배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복종하면서도 복종적이지 않고, 공격을 두려워하지만 때론 그들 자신이 대단히 공격적인 모습으로 말입니다.


어떤 6유형들의 부모는 감정 조절이 되지 않고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난폭하거나 냉정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당신은 신뢰감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키워나갈 수 없었습니다. 많은 6유형이 어린시절 뚜렷한 이유도 없이 벌을 받거나 두들겨 맞았습니다. 부모가 그런 식으로 자기 갈등을 해소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였던 당신은 미리 보호 조치를 하기 위해서 믿을 만한 보호자를 찾아 나서야 했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탐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예상해야 했습니다. 


3유형이 악명 높은 승리자라면 6유형은 악명 높은 패배자입니다. 그래서 끝에 가서 자신이 패배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가 있습니다. 인생에 대해서 비관하고 성공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아서 성공을 ‘우회하며’ 남들에게 성공을 넘겨줍니다. 혹은 도달할 수 없거나 과대망상인 미리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목표를 세웁니다. 스스로 실패자가 되는 대부분의 6유형은 칭찬받는 것을 거북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칭찬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말 속에 약간의 비판을 섞어야 합니다. 


이런 모든 6유형의 불행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공포’ 때문입니다. 공포를 이용해 타인을 통제하기를 원하는 권력가들은 항상 공포에 어울리는 새로운 명칭 ‘충성’이라든가 ‘복종’이라는 이름들을 발견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머릿속에 복종의 미덕을 주입받곤 했으니까요. 



자, 이제 6유형을 결정적으로 이해하려면 공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반응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공포를 느끼는 쪽과 공포에 저항하는 쪽입니다. 전자는 우리가 보통 6유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천성적으로 주의 깊고 주저하며 의심이 많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후자 즉, 공포에 대항하는 6유형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바로 <구타유발자>의 봉연 같은 경우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봉연은 폭력적이고 비열하게 행동하는 8유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당신이 그렇게 변한 것은 폭력 때문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폭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공포심을 숨기고자 그렇게 거칠고 폭력적인 나쁜 사람 흉내를 내게 된 것입니다. - 


Watzlawick의 그 유명한 ‘망치 이야기’의 나오는 남자가 바로 이런 6유형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당신을 6유형으로 선정한 것은 바로 <구타유발자>의 봉연 때문이었습니다. 봉연은 공포에 저항하는 6유형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안전에 대해서 지나치게 갈망하기 때문에 정통적인 폐쇄적인 체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전통주의 또는 극단적인 경우 근본주의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성숙한 6유형은 계급, 권위, 그리고 안전을 추구합니다. 법과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당신을 매혹합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탐정소설 작가 혹은 범죄자들은 모두 6유형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그런 이미지 때문에 <공필두> <마파도>의 형사, <공공의 적> <범죄의 재구성>의 범죄자 역할이 잘 어울립니다.



6유형의 방어기제는 ‘투사’입니다. 풍풍한 상상력을 가지고 종종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죠. 그래서 그 불신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적의, 혐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타인들에게 투사합니다. <구타유발자>에서 보면 봉연은 불신감을 최대한 증폭시켜서 상대가 하지도 않은 일을 예상하며 분노합니다. 이렇게 공포에 대항하는 6유형은 종종 위험을 무릅쓰는 함정에 빠집니다. 또 다른 유형인 공포를 느끼는 대부분의 6유형은 소심하게 되곤합니다. 두가지 유형 다 모든 권위자를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불신합니다. 그래서 아첨을 하고 복종하곤 합니다. 공동체나 집단에 헌신하던 6유형은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반대로 헌신이 반역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나약한 6유형이 성숙하게 되면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가장 소심하고 나약했던 당신들은 위기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감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일생동안 두려움과 싸웠던 댓가입니다. 당신에게 적절한 충고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신뢰’입니다. 특히 먼저 믿어야 할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이 성공했던 기억들을 하십시오. 그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9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9유형의 평온과 평정은 6유형의 공포에 제일 좋은 약입니다. (반대로 3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을 패배자로 몰아버리는 피가학적인 성향이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3유형의 가학적인 성향으로 변해서 자신의 분노를 남들에게 퍼부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필두>와 <플라이 대디>에서 영화 내용도 좀 그랬지만 당신의 캐릭터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당신이  슈퍼맨이 되려는 3유형을 어설프게 연기한 게 아닌가 합니다)


다른 유형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이 언급이 되었군요. 이문식씨 그만큼 6유형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소지가 많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 그리고 날개 얘기가 빠질 뻔 했네요. 당신이 생애 초반에 발달시킨 날개는 7번(즐거워야한다)입니다. 숨겨진 5번유형(알아야 한다)을 찾는다면 지적인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로 오늘은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문식의 필모그래피]


성난 펭귄 (2007) 

구타유발자들 (2006) 

공필두 (2006) 

마파도 2 (2006)

플라이 대디 (2006)

마파도 (2005)

공공의 적 2 (2004) 

달마야, 서울가자 (2004) 

범죄의 재구성 (2004)

어깨동무 (2004) 

황산벌 (2003) 

오! 브라더스 (2003)

역전에 산다 (2003) 

나비 (2003) 

대한민국 헌법제1조 (2003) 

라이터를 켜라 (2002)

일단뛰어 (2002) 

묻지마패밀리 (2002) 

연애소설 (2002) 

공공의 적 (2001)

달마야 놀자 (2001)

봄날은 간다 (2001) 

선물 (2001) 

행복한 장의사 (1999) 

간첩 리철진 (1999) 

비트 (1997) 

초록물고기 (1996)

러브스토리 (1996) 

돈을 갖고 튀어라 (1995) 



PS: 

1.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2. 오프모임에서 자신이 몇번 유형인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하자면 보통은 근원적인 악이라고 불리는 '에너지'로 판별하는 게 맞습니다. (1번유형부터 순서대로 : 분노, 자만, 거짓, 질투, 탐욕, 두려움, 무절제, 파렴치함, 게으름) 그리고 여러유형에 걸쳐있다는 분이 있는데 그런경우 가운데 유형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가령 5번 7번 8번 성향이 보인다면 6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2번유형이 20%고 3번 유형이 30%정도 된다는 해석은 좋지 않습니다. 딱 한가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본 성격과 날개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것 역시 단점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3. 또 역시 오프모임에서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하기전에 위 질문에는 사람의 성격은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의 기질을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에니어그램에 따른 성격분류의 대전제이기도 합니다. 친절한 2번유형이 독특한 4번유형보다 나아보이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각 유형별로 특수한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답하자면 성격은 변할 필요가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선 그걸 인정하고 말하자면 물론 기질은 (내부적인 결심이나 외부의 변화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10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