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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5) “나는 □□롭고 □□하다” [후아유]


- 알아야한다- 배우 이나영씨에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영화 리스트를 훑어봐도 없다. 어째서 5유형 배우를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적인 사람. 지적인 남자. 지적인 여자. 그렇게 연상을 해보다가 나영씨가 떠올랐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그녀의 성격이 완전히 드러난 거 같지가 않았다. 딱히 5유형인지 아닌지 조차 헷갈렸다. 흠... 그러다가 <아유레디>란 영화를 찾아 볼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나쁜 관계로 비디오 제목이 비슷한 <후아유>로 빌려왔다. 유레카! 세상에 5유형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이나영씨를 발견했다.


5,6,7 유형은 머리 중심의 인간이다. 행동보다는 생각을 중요시하며 “나는 어디에 있는가” 또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묻는다. 5유형은 내부로 들어가 마음속에서 외부 세계에서 거절당한 스스로 거절한 권력을 찾으려고 한다. 8유형이 그것을 폭력과 혁명으로 쟁취하려는 것과 달리 이들은 기다리며 배움으로써 정복하려고 한다. 

이들의 최초로 경험하는 것은 일종의 ‘공허감’이었다. 그래서 충족을 갈망한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남들이 원하지 않는 존재’란 경험을 한다고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설정이 딱 들어맞는다. “못된 기집애. 내가 지를 어떻게 낳았는데, 너 낳느라고 피아노도 포기하고 내 인생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는데, 나쁜 기집애.” 그뿐이 아니다. 유정(이나영)의 엄마처럼 지나치게 속박하거나 강압적인 부모를 가졌을 때 자녀는 5유형이 되기 쉽다. 이들이 내면세계로 들어간 것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자유공간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영화속처럼 어릴 때 따스한 애정과 다정한 접촉을 거의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서 2유형이 주려는 충동이 강하다면 5유형은 갖고자 하는 충동이 강하게 된다. 특히 이들의 에너지가 눈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은 흔히 안경을 쓰고 있다. 


감정과 사건에 말려가는 것을 싫어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이들이 분노에 차있는지 사랑에 빠져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특히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야단법석’떠는 것을 질색하고, 그러다가 종내에는 자기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4유형처럼 현재 자신의 옆에 없는 사람에게 더 따뜻한 감정을 품기 때문에 친구나 애인들은 당사자가 자기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5유형은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면 못견뎌한다. 누군가 그들이 ‘한마디’ 해주기를 바란다고 느끼면 바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 이웃하는 4유형이 튀어 보이려고 그 난리는 치는 것과 달리.. 이들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후아유>에는 이런 욕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있다. “투명인간 친구란 말 알아? 전화도, 만나는 것도 안돼. 보이지도 않아. 하지만 언제나 옆에 있어, 그래서 힘이 되는 친구...” 서인주(이나영)가 가상의 인물에게 혹한 것은 이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싶다. 


슬프게도 이들은 ‘더불어 나눈다’든가 ‘의사소통한다’는 말을 싫어한다. 모임에서 의견교환을 하자면 침울해지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 되고 피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기다린다. 슬픈 사실 한 가지는 5유형은 부모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시간과 공간 에너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데 개인적인 5유형은 그걸 견디기 힘들다. 침입자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보통은 소극적으로 보이는 5유형이 화내는 걸 보고 싶다면, 노크하지 않고 5유형의 방으로 불쑥 들어가면 된다. 



한 1년 정도 같은 작업실을 쓴 사람 중에 5유형이 있었다. 그 언니는 닮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멋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이라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는 뭔가를 묻는척하면서 전화를 하곤 한다. 보고 싶을 때도 둘이 만나지 않고 꼭 모임을 끼어서 만나거나 했다. 언니에게 미안하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에니어그램의 충고에 따라서 나는 그녀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식을 피해왔다. 이 글을 읽는다면 날 죽이려 들겠지?


그들에게 다가갈 때 주의할 3가지 사항이 있다. 주도권잡기, 지속적인 육체적 접근, 완전한 복종을 기대하지 말 것. 이것이 <후아유>의 인주가 형태와 친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인주는 형태와 통신상에서 아바타로 먼저 교류를 한 것이다. 형태 입장에서는 가상공간의 ‘멜로’라는 인물과 현실세계의 ‘형태’가 동일인물인 것을 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기도 하고 그렇다.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인주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5유형답게 바로 도망친다. “그만 도망가...내가 가줄께...그만 하자.” 형태는 그녀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고 있었던 거 같다. 바로 이런 ‘후퇴’와 ‘거리두기’가 5유형의 방어기제이다. 미성숙한 5유형은 의존상태를 유발하는 감정, 섹스, 친분관계에서 도망친다.


까다로와보이지만 이들은 소박한 사람들이다. 많은 5유형은 무엇인가 바라보고 있는 것 -또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있는 것 - 보다 이 세상에서 더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앉아 휴식을 취하고 누구도 이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5유형의 에너지이자 근원적인 유혹은 ‘지식’이다. 끊임없이 찾지만 정보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학위 또 다른 세미나 또 다른 책을 필요로 한다. 인상과 지식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특히 5유형은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아들이면 좋은 충고는 ‘지혜’다. 지혜는 그들이 그토록 갖기 원하는 지식의 또다른 형태, 즉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5유형들은 모든 다른 유형보다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져보아야 한다. 사랑은 많은 5유형들에게 극적인 사건이다. 성적 매력에 이끌려서 가까워지려는 열망과 거리두기를 원하는 열망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을 보자. 그녀가 부모에게 받지 못한 것이 애정이었듯이 그녀 또한 남에게 쉽게 애정을 주지 못한다. 5유형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정을 쏟고 마음을 주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나영씨 경우에 작품편수가 적어서 캐릭터가 확실히 보이지는 않는다(이것은 은둔하려는 5번유형의 특성이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괴짜처럼 보이는 기운을 발산하는 그녀는 양 유형 날개(4번, 6번 유형)가 약간씩 모두 보인다. 양 날개가 다 보이는 사람이 흔치는 않은데 이나영씨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배우로써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면 아주 퇴폐적이고 신비한 역을 해볼 것(4유형)과 호러영화에서 희생자 역할(6유형)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표를 참고 해보면, 이나영씨를 비롯한 5유형들은 8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단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5유형은 이제 무언가 수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으며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미 자신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행동한다는 것은 자기안에 숨어있던 5유형이 현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그들이 7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 미성숙한 5유형이 보이는 자폐적인 특징이 7유형의 꿈속으로 완전히 동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며 일탈과 쾌락을 추구하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할 소지가 있다.)

지혜롭고 총명한 당신 이나영씨 권투를 빌겠습니다.



[이나영의 필모그래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 문유정

아는 여자 (2004) - 한이연

영어완전정복 (2003) - 나영주

후아유 (2002) - 서인주

천사몽 (2001) - 쇼쇼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8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