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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 (0) 프롤로그

시나리오를 쓰는 데는 작가입장에서 두 가지 큰 방법이 있다. 하나는 플롯중심의 글쓰기고 또 다른 하나는 캐릭터중심의 글쓰기이다. 나는 스승의 뒤를 따라서 캐릭터중심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쓴 극본을 보고나서 한 장면도 기억에 남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어떤 이는 내가 만든 인물을 훔쳐가고(?) 싶어하기도 한다. 캐릭터중심의 글쓰기가 정통적인 방법의 것은 아니다. 굳이 정과 사로 나눈다면  캐릭터중심의 글쓰기는 사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스승의 영향도 있지만 원래 그전부터 오랫동안 나는 인간에 관심이 많았다. 그게 주변인에 대한 것이면 좋았을 것을...... 정말 비인간적이고 차갑다는 욕을 먹으면서도 내내 나는 사람에 대해서 몰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고 분석을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제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조차도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다. 영화를 왜 좋아하는 가. 영화에서 무엇을 보는가 묻는다면 이제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내가 영화에서 보는 것은 인간이며 그것 때문에 영화를 좋아한다고.


혈액형, 별자리, 사상체질, MBTI적성검사까지 우리를 분류하는 것은 차고도 넘친다. 이 많은 것에 한 가지 더 보태어 이 소중한 자리에 이것을 또 말할 필요가 있는가. 미리 밝히자면 이것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만 이건 별로 쓸모없는 일이다. 주위에 있는 몇몇 에니어그램 신봉자처럼 내가 그걸 설파해야할 이유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나는 이런 일들에 흥미를 느낀다. 무언가 분류하고 설명하고 정리하는 것에. 그렇다. 내가 에니어그램의 1유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은 카톨릭의 신부들을 통해서 수천 년 간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더  들어가면 수피교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구전으로 전수한 것은 그걸 일반인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일종의 비밀이었다. 그래서 책으로 출판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1980년대라고 한다. 나는 90년대 초반에 신학을 공부하던 큰언니를 통해서 책을 접했다. 한참 그런 것에 관심을 둘 때라 그 책은 내게 꽤 큰 기쁨을 주었다.






앞으로 9가지 에니어그램의 유형별로 한 명씩 대표적인 배우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래의 목차는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들이다. 미리 배우를 밝히면 김이 샐 거 같아서 제목만 썼다. 실제로 이중에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이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에니어그램에서 재미있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본디 성격에 양쪽 날개를 가진 다는 것이다. 1유형인 사람은 이웃하는 두 개의 성격을 가진다. 즉 2번과 9번을 덤으로 가진다. 이 부분도 글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 특정 배우는 발현되지 않은 자신의 날개를 찾으면 좋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아래 제목은 그 유형의 이름이 아니라, 당사자가 느끼는 ‘자기 이미지’이다. 그리고 글 전체가 참고하는 것은 <내 안에 접힌 날개>란 책이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연재를 시작할 것이다. “플롯과 캐릭터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소오강호의 주제 -정(正)과 사(邪)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 를 약간 패러디했다) 부디 9가지 유형을 살펴보면서 답이 나오기를 바라겠다. 주제가 너무 거창해서 아마도 답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즐겁게 펜을 들겠다.



-연재순서-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1) “나는 올바르며 착하다” [그때 그사람들]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2) “나는 남을 도우며 친절한 사람이다” [타짜]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3) “나는 성공적이며 효율적인 사람이다” [색즉시공]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4) “나는 특별하며 남과 다르다” [사랑해 말순씨]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5) “나는 지혜롭고 총명하다” [후아유]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6) “나는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하다” [구타유발자들]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7) “나는 낙천적이며 행복하고 멋있다” [박봉곤 가출사건]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8) “나는 힘이 있고 강하다” [공공의 적]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9) “나는 평화롭고 침착하다” [파이란]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